서구는 만드는 법을 잊었다, 이제 코딩하는 법도 잊고 있다 — 소프트웨어 공동화론을 검증한다
서구는 만드는 법을 잊었다, 이제 코딩하는 법도 잊고 있다 — 소프트웨어 공동화론을 검증한다
제조업이 비용 최적화 끝에 노하우를 통째로 잃은 것처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가. 아니면 이 비유는 한 세대의 위기감이 만들어낸 과장된 서사인가.
도입: 1,113점이 가리키는 것
2026년 4월 23일, techtrenches.dev에 게재된 Denis Stetskov의 글 “The West Forgot How to Make Things, Now It’s Forgetting How to Code”가 Hacker News에서 1,113점, 댓글 795개를 기록했다. 이번 주 기술 커뮤니티 최고 화제 게시물이다. 이 정도 수치는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흔한 불안 글에는 잘 붙지 않는다. 댓글을 펼쳐보면 두 종류의 반응이 병렬로 등장한다. 한쪽은 “정확히 내 회사가 보고 있는 패턴이다”라는 동의, 다른 한쪽은 “은퇴 직전 베테랑의 노스탤지어 아닌가”라는 회의다.
Stetskov의 핵심 주장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그는 미국 제조업이 1990년대 비용 최적화로 핵심 역량을 외주화하다가 2022년 우크라이나 지원 시점에 “Stinger 미사일을 만들 줄 아는 엔지니어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정리한다. 그리고 이와 구조적으로 동일한 일이 지금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진행 중이라고 본다. 주니어 채용의 급격한 위축, AI 코드 어시스턴트에 대한 의존, 베테랑 시니어로의 부담 집중. 그가 제시하는 데이터는 인상적이지만 동시에 검증이 필요한 주장이기도 하다.
본 기사의 목적은 Stetskov의 주장이 옳다고 단정하는 것도, 과장이라고 일축하는 것도 아니다. IT 외주 발주 기업의 IT 매니저 관점에서, 이 가설이 어디까지 검증 가능하며 어떤 시그널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치 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본문 1: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 두 산업의 평행선
먼저 Stetskov가 제시한 제조업 사례를 정리하면, 노하우 손실의 비가역성이 뚜렷하다.
Stinger 미사일 사례: 록히드 마틴의 자회사 Raytheon은 Stinger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20년간 생산하지 않았다. 2022년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신규 주문이 들어왔으나, 인도 예정은 2026년이다. 4년이 걸리는 이유는 단순한 생산 시설 부족이 아니다. Raytheon은 70대 베테랑 엔지니어를 다시 불러내 젊은 인력을 교육시키고 있다. 즉, 노하우가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고, 그 사람이 은퇴하면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다.
EU 포탄 사례: EU는 우크라이나에 12개월 안에 포탄 100만 발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 생산 capacity는 연간 23만 발에 그쳤다. 약속은 9개월 지연됐다. 프랑스는 2007년 추진제(propellant) 자체 생산을 중단했고, 17년의 공백이 생겼다. 독일군의 포탄 비축량은 단 2일 분량이었다는 보도가 있다.
Fogbank 사례: 핵무기의 핵심 소재인 Fogbank는 1989년 생산이 중단됐다. 2000년대 후반 W76 탄두 갱신 프로젝트에서 다시 필요해지자, 미국은 이 소재를 재구성하는 데 6,900만 달러와 수년의 시간을 들였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따로 있었다. 원본 Fogbank는 의도되지 않은 불순물(unintended impurity)을 포함하고 있었고, 이 불순물이 사실상 핵심 성능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어떤 문서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은퇴한 엔지니어들의 기억 속에만 있었다.
Pentagon 통합: 1993년 미 국방부는 51개 방위 contractor를 5개로 통합했다. 산업 인력은 320만 명에서 110만 명으로 65%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캘리포니아의 단 한 곳이 155mm 포탄 케이싱 제조소가 됐고, 이는 단일 점 실패(single point of failure)다.
이 사례들이 가리키는 패턴은 간단하다. 비용 최적화로 외주·통합·생산 중단을 결정한 시점에는 노하우가 사라지지 않는다. 노하우는 사람과 함께 천천히 사라지고, 다시 필요해진 시점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서화된 지식만으로는 재구성이 불가능한 영역이 존재한다 — Fogbank의 “의도되지 않은 불순물”이 상징적이다.
이제 Stetskov가 평행선으로 그리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데이터를 보자.
Salesforce 2025년 신규 SWE 채용 0: Salesforce는 2025년 신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을 사실상 중단했다고 보도됐다. CEO Marc Benioff는 AI로 30%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54%의 엔지니어링 리더가 주니어 채용 감소 예상: 2025년 후반 발표된 한 산업 조사에서 엔지니어링 리더의 54%가 AI 도입으로 향후 주니어 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대학 컴퓨팅 전공 등록 62% 감소: 미국 일부 주요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컴퓨팅 전공 신규 등록이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는 보도가 있다(통계 출처는 학교별이며 전국 평균은 다를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AI 시대에 SWE는 미래가 없다”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METR의 AI 생산성 패러독스: 비영리 연구기관 METR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경험 많은 오픈소스 개발자가 자신의 익숙한 코드베이스에서 AI 코딩 어시스턴트를 사용했을 때,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작업 시간이 19% 더 길어졌다. 같은 개발자들의 사전 예측은 “AI를 쓰면 24% 빨라질 것”이었다. 인식과 실제의 갭은 43포인트다. METR은 이를 단순히 “AI가 나쁘다”가 아니라 “익숙한 환경에서는 AI 검증·교정 비용이 직접 작성보다 클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Stetskov 자신의 채용 데이터: Stetskov는 자신이 진행한 채용에서 2,253명을 인터뷰해 4명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통과율 0.18%. 그가 찾는 능력은 “AI가 틀렸을 때 알아채는 기술적 판단력”이며, 이런 인력이 “시장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이 두 산업의 데이터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노래의 두 절처럼 들린다는 것이 Stetskov의 수사적 강점이다. 그러나 분석자라면 한 단계 더 들어갈 필요가 있다.
본문 2: 같음과 다름 — 소프트웨어는 정말 제조업과 같은가
Stetskov의 비유가 강력한 이유는 “암묵지(tacit knowledge)의 손실”이라는 공통점을 짚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산업이 모든 면에서 같지는 않다. 분석적으로는 같음과 다름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같은 점 1: 도제 시스템과 다세대 전수 제조업의 노하우는 마스터-도제 관계로 전수됐다. 50대 엔지니어가 30대 엔지니어에게, 30대가 20대에게. 어떤 절단면을 봤을 때 “이건 잘못된 가공이다”라고 직관적으로 알아채는 능력은 책으로 배우지 못한다. 소프트웨어도 본질적으로 같다. 시니어가 코드 리뷰에서 “이건 락 순서가 위험해 보인다”고 짚어내는 능력, 새벽 3시 장애 호출에서 로그 한 줄을 보고 “DB 커넥션 풀이 고갈된 것 같다”고 가설을 세우는 능력은 5-10년의 시행착오 위에 구축된다.
같은 점 2: 외주의 비가역성 한 번 외부에 맡기고 내부 인력을 빼면, 다시 데려오기는 매우 어렵다. 재학습 비용은 첫 학습 비용보다 크다. 왜냐하면 첫 학습은 동시대 시니어가 옆에 있었고, 재학습 시점에는 그 시니어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Fogbank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같은 점 3: 단일 점 실패의 리스크 캘리포니아의 단 한 곳이 155mm 케이싱을 만든다는 사실은 군사적 단일 점 실패다. 소프트웨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핵심 시스템의 유지보수가 단 한 명의 시니어에게 의존하는 상황 — 흔히 “버스 팩터(bus factor) 1”이라 불린다 — 은 외주 발주처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다른 점 1: 코드는 텍스트로 남는다 소프트웨어의 결정적 차이는 산출물이 텍스트라는 것이다. Stinger 미사일은 70대 엔지니어가 은퇴하면 만드는 법이 사라지지만, 코드는 Git 저장소에 남는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든 다시 읽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왜 이 lock 순서로 짰는가”, “왜 이 테이블에 인덱스가 두 개인가”, “왜 이 timeout이 30초가 아니라 27초인가”는 코드에 적혀 있지 않다. 이는 제조업의 “Fogbank 불순물”과 정확히 같은 종류의 문제다. 결과물은 남았으나, 그 결과물을 만든 판단의 맥락은 사라진다.
다른 점 2: AI는 도제 시스템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제조업에는 없었고 소프트웨어에는 있는 변수가 AI다. 이는 양쪽 시나리오를 다 만든다.
살릴 수 있는 시나리오: AI가 잘 설계된 멘토 역할을 한다면, 주니어가 코드를 작성하고 AI가 “이 부분의 동시성 문제를 생각해봤는가”라고 즉각 피드백을 준다면, 학습 곡선은 오히려 가팔라질 수 있다. 일부 교육 기관은 이미 이런 방향의 실험을 보고하고 있다.
죽일 수 있는 시나리오: 그러나 현재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후자에 더 가깝다. 주니어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면 AI 멘토가 있어도 무대가 없다. 그리고 디버깅을 AI에 위임하는 주니어는 “왜 이 버그가 일어났는가”의 직관을 빌드하지 못한다. 시뮬레이션은 실전과 다르다.
METR 연구가 시사하는 바도 이 맥락에서 읽을 가치가 있다. 시니어가 자신의 익숙한 영역에서 AI를 쓰면 더 느려진다는 결과는, 곧 “AI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에게 가장 비싸고, 모르는 사람에게 가장 위험하다”는 역설을 가리킨다.
다른 점 3: 압축 가능한가 Stetskov는 기술 숙달이 압축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미드 레벨까지 3-5년, 시니어까지 5-8년, 프린시플까지 10년 이상. 이 숫자는 산업 통념이지만, 일부에서는 “AI가 학습 속도를 가속할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핵심 반론은 시간이 아니라 경험의 종류다. 새벽 3시 장애를 30번 겪은 사람은 31번째 장애를 다르게 본다. AI가 새벽 3시 장애를 모방할 수는 없다.
이 같음과 다름을 정리하면, Stetskov의 비유는 완전한 일대일 대응은 아니지만 핵심 메커니즘 — 암묵지의 손실, 비가역성, 단일 점 실패 — 은 분명히 공유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다만 소프트웨어에는 코드라는 안전망과 AI라는 양면 변수가 더 있다.
본문 3: 발주 기업이 모니터링할 가치가 있는 시그널들
이제 외주 발주처의 IT 매니저 관점으로 돌아온다. 이 가설이 부분적으로라도 옳다면, 어떤 시그널이 향후 1-3년 내에 가시화될 것인가.
시그널 1: 시니어 엔지니어 채용 시장 가격 주니어가 줄고 미드가 자라지 못하면, 시니어 풀은 자연 감소한다. 이는 향후 시니어 시급의 비대칭적 상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2026년 시점에서는 아직 일부 분야(SRE, 분산 시스템, 보안)에서만 가시화된 단계로 보이지만, 추세를 모니터링할 가치가 있다.
시그널 2: 미드 레벨의 부재 “주니어 채용이 0이고 시니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미드 레벨의 quality bar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간다. 이는 발주처 입장에서 “5년차 엔지니어를 부르면 예전의 7년차 수준의 비용”이 되는 형태로 체감될 수 있다. 협력사의 인건비 견적 추세를 보면 단서가 잡힌다.
시그널 3: AI 산출물 검증 능력의 분포 Stetskov가 강조한 “AI가 틀렸을 때 알아채는 능력”은 명시적으로 채용 인터뷰 항목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발주처가 협력사를 평가할 때, 단순히 “우리 팀은 AI를 활용한다”가 아니라 “우리 팀은 AI 산출물을 어떻게 검증하는가”를 묻는 것이 의미를 갖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시그널 4: 장애 대응 시간(MTTR) 시니어 풀이 얇아지면 가장 먼저 가시화되는 지표는 평균 복구 시간(Mean Time To Recovery)이다. 새벽 3시에 원인을 짚어내는 사람의 절대 수가 줄면, 같은 종류의 장애도 복구가 길어진다. 외주 계약에 SLA가 있다면 이 부분의 추세가 단서가 된다.
시그널 5: 일본 시장의 특수성 일본 독자에게는 이 논의가 더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 일본 IT 산업은 이미 베테랑 엔지니어 부족이 구조적 문제이며, 인구 통계학적으로 향후 10년간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시장에서는 Stetskov의 가설이 미국보다 빠른 속도로 가시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발주처가 검토할 수 있는 것 이런 시그널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발주처는 다음을 검토할 수 있다. 먼저, 협력사 평가 항목에 “주니어 육성 시스템”을 포함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더 들지만, 중장기적으로 시니어 풀에 기여하는 협력사를 선별하는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핵심 시스템의 노하우를 의도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이다. “왜 이 결정을 내렸는가”의 ADR(Architecture Decision Record) 같은 형식이 그 예다. 마지막으로, AI 산출물의 검증 가능 인력이 협력사에 있는가를 명시적으로 묻는 것이다. 강요가 아니라 정보로서의 질문이다.
이 모든 제안의 공통점은, 오늘의 비용을 약간 더 쓰더라도 내일의 단일 점 실패를 줄이는 방향이라는 점이다. Fogbank의 6,900만 달러 재구성 비용은 1989년에 절감된 비용보다 훨씬 크다.
결론: 결정된 미래가 아니라 가능한 시나리오
Stetskov의 글이 강력한 것은 두 산업의 평행선을 분명히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석적으로는 두 가지 유보가 필요하다. 첫째, 그의 채용 통과율 0.18% 같은 데이터는 그 자신의 표본이며 산업 전체의 통계가 아니다. 둘째, 제조업과 소프트웨어는 핵심 차이 — 코드의 텍스트 영속성, AI의 양면성 — 가 있다.
그럼에도 핵심 메커니즘 — 암묵지의 비가역적 손실, 도제 파이프라인의 붕괴 위험, 단일 점 실패의 누적 — 은 두 산업이 공유한다. 그리고 METR 연구, 주니어 채용 데이터, 대학 등록 통계 같은 객관적 시그널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는 것은 무시하기 어렵다.
도입부의 질문 — “소프트웨어 공동화는 결정된 미래인가, 한 세대의 과장된 서사인가” — 에 대한 본 기사의 잠정적 답은 “결정된 미래도 아니고 과장된 서사도 아니다”이다.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이며, 어느 쪽으로 갈지는 향후 3-5년의 산업 선택에 달려 있다.
발주 기업과 협력사 양쪽 모두에게 이 시점은 익숙한 비용 최적화 본능을 한 번 멈추고 검토할 가치가 있는 순간이다. 1990년대 미국 제조업이 비용 최적화 결정을 내렸을 때, 2022년 Stinger 부족을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시니어 SRE 풀의 고갈도, 그것이 가시화되기 전에는 추상적인 가설처럼 들릴 것이다. 본 기사가 제안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 모니터링할 시그널 목록이다.
출처
- Denis Stetskov, “The West Forgot How to Make Things, Now It’s Forgetting How to Code”, techtrenches.dev, 2026-04-23: https://techtrenches.dev/p/the-west-forgot-how-to-make-things
- Hacker News 토론: 1,113점, 댓글 795개 (2026-04-23~24)
- METR, “Measuring the Impact of Early-2025 AI on Experienced Open-Source Developer Productivity”
- Raytheon Stinger 생산 재개 보도 (Reuters, 2022)
- W76-1 Fogbank 재구성 보고서 (US DOE/NNSA)
- US DoD 방위 산업 통합 통계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