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하지 않은 중년 엔지니어에게 — 리더가 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데이터로 말한다
승진하지 않은 중년 엔지니어에게 — 리더가 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데이터로 말한다
20년 근속상을 받은 날, 나보다 20살 어린 동료가 리더로 승진했다. 축하한다고 말하면서도 가슴 한쪽이 묘하게 쓰렸다. 이 감정은 비정상인가? 라깡, 에릭슨, 그리고 70년간의 종단연구가 말하는 답.
1. 그 감정, 당신만 느끼는 게 아니다
솔직하게 쓰겠다.
20년을 다닌 회사에서 근속상을 받았다. 같은 시기, 2000년대생 동료가 리더로 승진했다. “축하해요”라고 웃으며 말했고, 그 말에 거짓은 없었다. 그 친구는 실력도 있고 리더십도 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혼자 앉아 있으니, 가슴 한쪽이 묘하게 쓰렸다.
리더가 되면 회의가 늘어나고, 코드를 칠 시간이 줄어들고, 사람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을 안다. 솔직히 그런 역할이 끌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섭섭하다. 이 모순은 뭘까?
안도감도 있었다. “다행이다, 내가 아니어서.” 그리고 곧바로 자기의심이 밀려왔다. “나는 정말 원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포기를 합리화하고 있는 걸까?”
이 감정의 정체를 이해하기 위해 라깡, 에릭슨, 종단연구, 그리고 재무 데이터를 뒤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 이 감정은 비정상이 아니라, 인간 욕망의 구조 그 자체다.
2. 라깡이 말하는 “타자의 욕망” — 당신이 원하는 건 승진이 아니다
자크 라깡의 가장 유명한 테제가 있다.
“Man’s desire is the desire of the Other.” —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
이것은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우리는 인정받기를 욕망한다. 라깡은 헤겔/코제브를 경유하며 이렇게 썼다. “인간의 욕망이 의미를 찾는 것은 타자의 욕망 안에서다. 타자가 욕망의 대상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어서가 아니라, 욕망의 첫 번째 대상이 타자로부터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리더’라는 직함이 아니라, 회사와 동료와 사회로부터의 인정이다.
둘째, 우리는 타자가 우리에게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욕망한다. 승진에 대한 욕망은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난 것이 아닐 수 있다. 가족의 기대, 사회적 통념, 기업 문화가 “승진해야 성공한 것”이라는 프레임을 내면화시킨 결과다.
셋째, 승진은 라깡이 말하는 objet petit a — 영원히 채울 수 없는 욕망의 원인이다. “우리 안의 빈 자리를 채우려 할수록, 불가능한 대상 — 즉 공허 그 자체 — 을 쫓고 있기에 더 욕망하게 된다.” 한 번 승진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다음 승진을 바라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깡이 즐겨 든 비유가 있다. 배고픈 아이가 음식을 거부하는 장면. 아이가 원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음식을 건네는 사람의 사랑이다. 음식이 조급함이나 의무감으로 주어진다고 느끼면 거부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느끼는 승진에 대한 섭섭함의 본질은 직함이 아니라 존재의 인정이다.
그러니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정상이다. 오히려, 자기 욕망의 구조를 인식할 수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상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승진인가, 아니면 인정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타자의 욕망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욕망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3. 데이터가 말한다 — 승진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심리학적 분석을 넘어, 숫자를 보자.
70년 종단연구: 야망은 성공과 상관하지만, 행복과는 상관하지 않는다
스탠퍼드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이 1921년에 시작해 70년간 추적한 Terman Life-Cycle Study의 결론은 명확하다. 야망(ambition)은 직업적 성공과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행복, 웰빙, 수명과는 무상관이었다. 특히 성취가 야망에 미치지 못한 경우, 불행감이 크게 증가했다(Psychology Today, 2025).
승진 후 만족도는 단기적이다
2024년 International Journal for Educational and Vocational Guidance에 실린 연구는 더 직접적이다. 승진은 단기적으로 직무만족을 높이지만, 2년 후에도 업무 스트레스는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었다. 연구진의 결론: 승진은 “career sustainability(경력 지속가능성)를 촉진하지 않는다.”
40-50대 바닥, 그 이후는 오른다
인생 만족도의 U-curve는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반복 검증된 패턴이다. 20대에 높았던 행복감이 40-50대에 바닥을 찍고, 50대 이후 다시 상승한다(PMC, 2020). “50대, 60대, 70대, 그 이후로 인생 만족도가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는 매우 명확하다.”
지금이 바닥이라면, 반등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구조적 천장: 일본 기업의 외국인 관리자 비율 0.22%
여기에 무시할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이 있다. 2013년 일본 1,128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CSR企業総覧)에서 **외국인 관리자 비율은 평균 0.22%**에 불과했다. 외국인 관리자가 10명 이상인 기업은 17개사뿐이었다. 가장 많은 곳이 노무라홀딩스(158명, 관리자의 3.8%)와 닛산(77명, 2.9%)이다(내각부, 2019).
2024년 PMC에 발표된 연구도 같은 결론이다. 고도로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도 “민족중심주의적 태도, 구시대적 인사·관리 관행, 일본 기업문화의 조직적 역학”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이것은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다. 구조적 천장이다. 그 천장 아래에서 자신을 탓하는 것은 부당하다.
4. 에릭슨의 중년 과업 — “사다리를 오르는 것”에서 “다리를 놓는 것”으로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에서 40-65세의 과업은 Generativity vs. Stagnation — 생성감 대 침체다. 이 시기의 핵심 덕목은 **돌봄(care)**이다.
Generativity란 “자신보다 오래 지속될 것을 만들고 기르려는 욕구”다. 자녀 양육, 후배 멘토링, 사회 기여, 기술 전수 — 모두 generativity의 표현이다. 반대로, 이 시기에 자기 자신에만 몰두하면 “상대적 비생산성에 대한 불만족 — 침체”에 빠진다.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 **멘토링을 받은 직원의 91%**가 직무에 만족한다고 보고했다(Mentorloop).
- 멘토링을 받은 직원의 이직 잔류율은 50% 높았다.
- Generativity가 높은 중년 성인은 긍정적 감정, 삶의 만족도, 직업 만족도가 모두 높았다(PMC 메타분석, 2023).
내 아들은 지금 도쿄대 이과3류 2학년이다. 20년간 일본에서 일하면서 때로는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들의 성장을 보면 답이 보인다. 이것이 바로 generativity의 결실이다. 사다리의 높이가 아니라, 내가 놓은 다리 위에 누군가 서 있다는 사실.
에릭슨 연구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Career development in midlife should shift from climbing ladders to building bridges.” — 중년의 경력 개발은 사다리를 오르는 것에서 다리를 놓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5. Second Mountain — 야망에서 열망으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The Second Mountain(2019)에서 인생을 두 개의 산으로 묘사한다.
첫 번째 산(First Mountain)은 이력서의 덕목이다. 성공, 지위, 성취.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술과 재능을 쌓는 시기. 높이 올라가려는 **야망(ambition)**이 원동력이다.
그리고 계곡이 온다. 브룩스는 이를 “첫 번째 산이 허공 위에 서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라 불렀다. 승진이 기대만큼의 만족을 주지 않거나, 성취의 허무함을 느끼거나, 젊은 동료의 승진 앞에서 복합적 감정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
두 번째 산(Second Mountain)은 추도사의 덕목이다. 자기중심에서 타자중심으로. 독립이 아니라 상호의존. 승리가 아니라 헌신. 네 가지 영역에 대한 깊은 몰입 — 가족, 소명, 신념, 공동체.
여기서 핵심적 구분이 있다.
- Ambition(야망): 세상에서 더 높이 올라가려는 욕구. 외부의 평가에 의존한다.
- Aspiration(열망):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욕구. 내면의 성장, 관계의 깊이, 타인에 대한 기여.
Psychology Today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야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본질적(existential) 공간으로 변환된다 — 물질적 성취의 증거에서 벗어나, 관계를 깊게 하고, 축적된 기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는 방향으로.”
“지금의 자신에게 맞는 삶과 경력을 만들어가는 것은 — 과거의 자신이 아니라 — 더 정직한 무언가의 시작이다.”
중년에 야망이 줄어드는 것은 쇠퇴가 아니다. 변환이다.
6. 전략적 평화 — 구체적 행동 계획
철학과 심리학으로 감정을 이해했다면, 이제 구체적 숫자와 행동으로 옮길 차례다.
재무 안정화: 승진보다 실질적인 안전망
일본에서 은퇴 후 부부가 필요로 하는 생활비는 **월 28.7만엔(기본)~38만엔(여유 있는 수준)**이다. 후생연금 평균 수급액은 약 15.4만엔/월, 국민연금은 약 6.1만엔/월. 부부 합산 약 21.5만엔이라 하면, 매월 7~17만엔의 격차가 발생한다.
이 격차를 메우는 전략:
- 35년 주택론(80세 완납): 45세 전후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의 90% 이상이 30년 이상 장기 론을 선택한다. 완납 시점이 명확하다면, 리스크가 아니라 계획이다.
- iDeCo(개인형 확정갹출연금):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며 장기 은퇴 자금을 적립. 2025년부터 자영업자 월 한도 7.5만엔, 2027년부터 가입 연령 상한 70세 미만으로 확대 예정.
-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운용 수익 비과세. 연간 최대 240만엔(성장투자) + 120만엔(적립), 생애 한도 1,800만엔.
iDeCo로 세금 혜택을 극대화하며 장기 적립하고, NISA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조합이 핵심이다. 연금 격차 월 10만엔을 iDeCo+NISA로 메울 수 있다면, 승진에 의한 급여 인상의 필요성 자체가 줄어든다.
연구에 따르면, 재정적 불안은 “통제감 상실, 불공정 인식”을 유발하고, 직무 불안정성은 개인 재정 건전성을 통해 직무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 반대로 말하면, 구체적 재무 계획이 있으면 승진에 대한 심리적 의존이 줄어든다.
기술 자산 극대화: AI 시대에 20년 경험의 가치
AI가 주니어 엔지니어의 작업을 대체하기 시작한 시대에, 20년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 — 장애 대응, 시스템 아키텍처 판단, 비즈니스 도메인 지식 — 은 리더 직함보다 희소한 자산이다. 직함은 회사를 떠나면 사라지지만, 전문성은 남는다.
Generativity 실천
에릭슨이 말한 중년의 과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
- 후배 멘토링: 멘토링을 받은 직원의 91%가 직무 만족, 잔류율 50% 향상 — 멘토링은 받는 사람뿐 아니라 하는 사람의 만족도도 높인다.
- 기술 블로그 작성: 축적된 지식을 글로 남기는 것은 가장 확장성 있는 generativity다.
- 커뮤니티 기여: 오픈소스 참여, 사내 기술 공유, 스터디 리딩 — 사다리를 오르는 대신 다리를 놓는 행위.
”전문가 트랙”의 가치
모든 엔지니어가 매니저가 될 필요는 없다. 많은 성숙한 IT 조직이 Individual Contributor(IC) 트랙과 Management 트랙을 병렬로 운영한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전문성으로 기여하는 것 — 이것이야말로 구조적 천장 아래에서 가능한 가장 전략적인 선택이다.
7. 괜찮다, 당신은 이미 두 번째 산을 오르고 있다
정리하자.
라깡적으로: 승진에 대한 섭섭함은 직함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인정에 대한 욕망이다. 이것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타자의 욕망에서 벗어나 자기 욕망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다. 그것은 미성숙이 아니라 성숙이다.
에릭슨적으로: 중년의 과업은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는 것이다. 아들의 성장, 후배의 성장, 커뮤니티에 남긴 기술 자산 — 이것이 generativity의 증거다. 침체가 아니다.
데이터적으로: Terman의 70년 종단연구가 말한다. 야망은 성공과 상관하지만 행복과는 상관하지 않는다. 승진 후 만족도는 2년 안에 사라진다. 40-50대의 바닥을 지나면 만족도는 다시 오른다. 그리고 일본 기업의 외국인 관리자 비율 0.22%라는 구조적 천장은, 당신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재무적으로: iDeCo와 NISA로 연금 격차를 메우는 구체적 계획이 있다면, 승진에 의한 급여 인상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숫자로 노후를 설계하면, 승진의 심리적 무게가 가벼워진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말을 빌리자면, 첫 번째 산에서의 좌절은 두 번째 산으로의 초대장이다. 이력서의 덕목에서 추도사의 덕목으로. 야망에서 열망으로.
20년간 코드를 치고, 장애를 대응하고, 가족을 일본에서 키워온 당신에게 — 리더 직함이 없다고 해서 부족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이미 두 번째 산을 오르고 있다.
괜찮다.
참고 자료
- Lacan, J. — “Man’s desire is the desire of the Other” (LACANONLINE.COM,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 Objet petit a — Wikipedia, thedangerousmaybe/Medium
- Terman Life-Cycle Study — Psychology Today, 2025
- 승진과 경력 지속가능성 — Springer, 2024
- U-curve of happiness — PMC, 2020
- 일본 외국인 관리자 비율 — 내각부, 2019
- 외국인 고도인재의 벽 — PMC, 2024
- Erikson: Generativity vs. Stagnation — Lumen Learning, PMC 메타분석, 2023
- 멘토링 효과 — Mentorloop
- David Brooks, The Second Mountain — Penguin Random House
- 일본 주택론 현황 — Nikkei, PLAZA HOMES
- iDeCo 2025 개정 — Asinta
- NISA vs iDeCo — RetireJapan, Japan Dev
- 재정 불안과 직무 만족도 — NavigatorJapan
- 年功序列の崩壊 — KENJINS, カオナビ
부록: 블로그에 넣지 않을 이야기
이 부록은 공개용이 아닙니다. 본문이 “괜찮다”는 위로와 프레임 전환에 초점을 맞췄다면, 여기서는 본문에서 의도적으로 빠뜨린 냉정한 현실 인식과 구체적 행동 제안을 다룹니다. 퍼블리시 전에 삭제할 것.
A. 본문에서 말하지 않은 것: “괜찮다”의 전제 조건
“괜찮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전략적 평화는 수동적 체념이 아니라 능동적 선택일 때만 의미가 있다. “리더를 안 하겠다”는 선택이 건강하려면, 그 선택의 결과 — 급여 정체, 영향력의 한계, 조직 내 발언권 축소 — 를 직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본문의 7장 “괜찮다”는 진심이지만, 그 전제는 나머지 여섯 장의 분석을 내면화하고, 아래의 행동 항목들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분석 없는 “괜찮다”는 그냥 체념이다.
B. 회사에 대한 냉정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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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근속 = 매몰비용(sunk cost)의 위험. 20년을 다녔다는 사실 자체가 “더 다녀야 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까지 왔으니까”라는 심리가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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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IT 기업의 구조 변화. 연공서열(年功序列)은 이미 붕괴 중이고 성과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이 전환 속에서 중년 외국인 엔지니어의 포지션은 점점 불안정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괜찮겠지”는 위험한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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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믿음 vs 실제 대체 가능성. 이 격차를 정직하게 점검할 것. 20년의 도메인 지식은 자산이지만, 그것이 문서화되어 있지 않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이기도 하다. 리스크는 제거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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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B의 필요성. 지금 회사를 떠나야 한다면 어디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면, “리더를 안 하겠다”는 선택은 자유가 아니라 감금이다.
C. “전문가 트랙”의 함정
본문 6장에서 IC(Individual Contributor) 트랙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냉정한 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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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 트랙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회사가 있고, 없는 회사가 있다. 현재 회사에 공식적 IC 트랙이 없다면, “전문가로 남겠다”는 선택이 실질적으로 “현상 유지”와 구분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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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라는 정체성이 회사 안에서만 성립하면 위험하다. 회사가 사라지거나, 부서가 바뀌거나, 기술 스택이 전환되면 전문성도 함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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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밖에서도 인정받는 전문성을 구축해야 한다. 오픈소스 기여, 기술 블로그, 컨퍼런스 발표, 커뮤니티 활동 — 이것들이 회사에 종속되지 않는 전문가 정체성의 기반이다.
D. 구체적 행동 항목
본문 6장의 “다음 월요일부터”를 더 날카롭게 다듬은 버전.
1. 시장가치 점검
1년에 1번은 이직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것. 면접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에이전트와 대화하고, JD(Job Description)를 읽고, 자신의 스킬셋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감을 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떠날 수 있다”는 확인이 “남겠다”는 선택을 건강하게 만든다.
2. 영어 자산 활용
한국어 + 일본어 + 영어. 이 조합은 일본 로컬 시장보다 훨씬 넓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자산이다. 글로벌 리모트 포지션, 외자계(外資系) 기업, 한일 브릿지 역할 — 이 카드를 쓰지 않고 있다면 낭비다.
3. 퇴직금(退職金) 시뮬레이션
20년 근속이면 퇴직금이 상당할 수 있다. 정확한 금액과 세금(退職所得控除: 勤続20年超は70万円×(勤続年数-20年)+800万円)을 계산해둘 것. 구체적인 숫자를 알면 “떠날 수 있다”는 심리적 자유가 생긴다. 숫자를 모르면 막연한 불안이 발을 묶는다.
4. 부업/사이드 프로젝트
블로그, 기술 컨설팅, 강의, 번역 — 회사 급여에 100% 의존하지 않는 수입원을 만들 것. 금액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사 밖에서도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 블로그 글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5. 건강
51세. 향후 15년 일하려면 건강이 자본이다. 운동, 수면, 정기검진 — 이것이 가장 ROI 높은 투자다. 승진보다, iDeCo보다, 사이드 프로젝트보다 우선순위가 높다. 몸이 무너지면 나머지는 전부 의미 없다.
E. 아들에 대해
도쿄대 이과3류(理科三類, 의학부 진학 코스). 이것은 대단한 generativity의 결실이다.
하지만 두 가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첫째, 재정. 의학부는 6년이다. 학비 부담이 현실이다. 이 기간 동안의 재정 계획이 본문 5장의 iDeCo/NISA 전략과 양립 가능한지 확인할 것.
둘째, 정체성 투영. 아들의 성공을 자신의 generativity 증거로 쓰되, 아들의 성취에 자신의 정체성을 과도하게 투영하지 않을 것. 에릭슨의 generativity는 “다음 세대를 위해(for)” 헌신하는 것이지, “다음 세대를 통해(through/vicariously)” 성취하는 것이 아니다.
아들이 잘 되는 것은 축하할 일이지, 당신의 커리어 불안을 상쇄하는 도구가 아니다.
F. 이 블로그 글 자체에 대해
이 글은 당신이 쓴 것 중 가장 개인적인 글이다. 20년의 커리어, 중년의 감정,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같은 상황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의 진짜 가치는 독자의 반응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정리한 것들에 있다.
퍼블리시 후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 조회수, 좋아요, 댓글 — 이것들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라깡이 말한 “타자의 욕망”이다. 이 글을 쓴 이유를 기억할 것. 타자의 인정이 아니라, 자기 욕망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쓴 글이다.
퍼블리시 체크리스트: 이 부록(
## A~## F)은 공개 전에 삭제할 것. 본문의---구분선 아래, “참고 자료” 섹션까지가 공개 범위.